- KIA 서재응 코치 "전력분석미팅? 안하느니 못하다" 왜?
- 출처:스포츠서울|2019-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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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서재응 투수코치는 지난 1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한화와 정규시즌 원정경기를 앞두고 1군 메인 코치로 선임된 직후 “전력분석 미팅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투수들에게도 “원하지 않으면 들어오지 말라”고 주문했다. 다만 경기 플랜에 관해 질문했을 때 일정 수준 이상 답을 내놓지 못하면 기용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 이례적인 선언이라 그 배경이 궁금했다.
지난 21일 광주 롯데전을 앞두고 만난 서 코치는 “공부하라는 의미”라고 요약했다. 타성에 젖어 의식없이 하는 전력분석 미팅은 자료 준비를 위해 고생하는 분석팀이나 경기를 앞둔 선수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요지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서 코치는 KBO리그에 데뷔한 이후부터 전력분석 미팅에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가 썩 눈에 차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KBO리그 선수들은 과잉 보호 속에 프로 생활을 한다. 스스로 길을 개척하거나 자신의 힘으로 가치를 끌어 올리기 위한 과정이 너무 적다”고 밝혔다.
KBO리그는 코칭스태프가 기술을 알려주고 전력분석팀에서 상대 대응전략을 정해준다. 팬들은 혹사를 방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경기가 끝나면 구단이 사생활 보호를 해준다. 본인의 80% 이상 답을 갖고 부족한 부분을 코칭스태프를 포함한 구단 관계자에게 구하는 메이저리그와 출발부터 다르다. 메이저리그는 선발 투수가 당일 등판 경기 볼배합 테마를 스스로 정하고, 포수와 상의해 완성한다. 1구부터 100구까지 상대 타자의 컨디션과 최근 흐름, 심지어 벤치에 머무는 대타 자원까지 두루 고려해 경기 플랜을 세운다. 빅리그에서 포수의 역할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다.
서 코치는 “가령 롯데와 상대하는 투수에게 ‘롯데에 좌타자가 몇 명 있느냐’고 물으면 언뜻 답을 못한다. 최근 잘 맞고 있는 타자는 누구인지, 어떤 구종에 잘 반응하는지 등을 경기 당일, 등판 직전이 돼서야 겉핥기 식으로 확인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불펜코치일 때부터 눈만 마주치면 물어봤다. 계속 따라다니면서 질문을 했더니 공부하는 선수들이 등장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공부하고 준비하는 건 프로로서 해야할 의무다. 코치에게, 전력분석팀에게, 또다른 누군가에게 습관적으로 의존하려는 자세부터 버려야 한다. 우리 투수들은 보호받는데 너무 익숙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전력분석 미팅을 선수 주도로 하자는 방침을 정했다.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는 투수 스스로 상대를 분석하고, 상황을 설정해 이런 저런 시도를 하다보면 자기만의 경기운영 노하우가 생긴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서 코치는 “전상현과 장지수는 다른 공과 구위를 갖고 있다. 같은 타자를 상대할 때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면 전혀 다른 결과를 낼 수밖에 없다. 각자 가진 구위를 냉철히 돌아보고 상대 장단점을 바탕으로 어떻게 풀어갈지 스스로 생각하고 실행에 옮겨야 자기 것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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