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대표팀 사령탑. 왜 전주원 코치는 '용기', 정선민 코치는 '양보'를 택했을까
- 출처:스포츠조선|20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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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농구 대표팀 사령탑을 지원한 두 레전드의 선택은 엇갈렸다.
그 이유와 배경은 뭘까.
한국 여자농구는 올림픽 티켓을 획득했다. 과정은 문제가 많았다.
이문규 전 감독의 ‘주전들의 과도한 혹사논란‘과 ‘소통 부재‘가 근 2년간 심화됐다. 결국 경기력 향상위원회는 ‘사령탑 고수‘가 아닌 ‘교체‘를 택했다.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방 열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들은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끝까지 버티기‘에 돌입했다.
위기감을 느낀, 두 레전드가 결심을 했다. 전주원 정선민이 나란히 대표팀 사령탑 공모에 지원했다.
전주원 코치는 냉정하고 신중하다. 신중하다 못해 ‘답답한 느낌‘을 줄 정도다.
이미 여러 차례 여자농구 사령탑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고사했다. 대표팀 감독 얘기도 이미 2년 전부터 권유를 받았다. 그러나 사양했다.
전 코치는 그때마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 배울 게 많다"는 원칙적 얘기로 자신의 입장을 정리했다. 자신을 전면에 드러내기 싫어하는 고유의 성향도 한 몫했다.
때문에, 여자농구 대표팀 사령탑에 대한 그녀의 ‘용기‘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일단, 위기의식이다. 여자 농구는 ‘이문규 체제‘에서 주전 의존도가 극대화됐다. 이 과정에서 많은 선수들이 부상을 입거나, 잔부상을 입은 채 뛰었다. 대표팀 경쟁력에 영향을 미쳤고, 리그에 영향을 미쳤다.
올림픽 무대에서 1승도 쉽지 않은 상황. 자칫 대표팀 조직력까지 무너지면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 때문에, WKBL 6개 구단 내부에서는 ‘올림픽에 한해 대표팀 사령탑을 WKBL에서 맡아야 한다‘는 중론이 나왔다.
유력 후보는 위성우 감독과 임근배 감독이었다. 수석코치로는 일본에서 코치 경험이 풍부한 안덕수 감독이었다.
하지만, 위 감독과 임 감독이 사령탑을 맡기는 쉽지 않았다. 위 감독은 이미 대표팀을 수차례 맡았고, 경기력 향상위원회의 핵심이었다. 때문에 ‘이문규 감독을 경질하고 위 감독이 들어온다‘는 구설에 휘말릴 수 있었다. 임 감독의 경우에도 팀내 어려운 상황과 사령탑 재계약 문제, 그리고 이문규 감독과 실업 현대 선, 후배 등이 민감한 문제가 있었다.
결국, 임근배 감독은 전주원 코치를 적극 추천했고, 위 감독 역시 설득 작업에 들어갔다. 이런 배경 속에서 전 코치는 사령탑 공모에 PPT를 제출하며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또, 전주원 코치 입장에서는 ‘여자농구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는‘ 배경도 깔려 있었다.
정선민 코치는 대표팀 사령탑을 오랫동안 준비했다.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여자농구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레전드‘로서 책임감을 느꼈다.
현 시점 여자농구계에서 사령탑을 맡을 수 있는 인력 풀은 한정적이었다. 정 코치는 얼마 되지 않는 자격을 갖춘 지도자였다.
단, 전주원 코치가 지원했다는 소식을 듣자 그는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경쟁에서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면접 말미에 "전주원 코치가 되면 좋겠다. 여자 지도자의 좋은 선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양보‘의 말을 하기도 했다.
두 코치를 모두 면접한 추일승 감독은 "두 코치 모두 준비된 지도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면접이었다. 전 코치는 상황에 따른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예리하게 얘기했고, 정 코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마지막 정 코치가 ‘전주원 코치가 사령탑이 되어 여성 지도자의 좋은 사례를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3월 안에 대한민국농구협회 이사회가 열린다. 경기력 향상위원회의 정성평가와 정량평가에서 전주원 코치가 모두 1위, 정선민 코치가 2위를 차지했다. 이사회의 결정이 남았지만, 별다른 결격사유가 없는 한 1위가 사령탑이 된다.
올림픽 사령탑의 경우, 한시적이다. 전 코치가 사령탑이 될 경우, 올림픽을 치른 뒤 전 코치는 소속팀에 돌아간다. 정선민 코치의 경우, 올림픽 사령탑이 되면 좋고, 설령 떨어진다고 해도 올림픽 이후 여자대표팀 전임 감독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당연히 유력 1순위 후보가 된다.
대책없던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적어도 올림픽, 그리고 그 이후 여자농구 사령탑은 걱정없게 됐다.
두 레전드의 희생과 양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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