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카운트 승부에서 드러나는 류현진의 품격
- 출처:일간스포츠 |202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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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34·토론토)은 지난 19일 등판한 보스턴전에서 7이닝 무실점, 2021시즌 가장 완벽한 투구를 선보이며 시즌 4승을 거뒀다. 보스턴전 지난 등판(4월 21일)에서는 5이닝 8피안타(1피홈런) 4실점 하며 패전 투수가 됐는데, 바로 다음 맞대결에서 바로 설욕했다.
소속 지구(아메리칸리그 동부) 경쟁팀과의 천적 관계를 차례로 끝내고 있다. 지난해까지 통산 4경기에서 1승2패·평균자책점 6.04로 부진했던 뉴욕 양키스는 올 시즌 두 번 등판, 12이닝 3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4월 2일 개막전에서는 5⅓이닝 2실점, 14일에는 6⅔이닝 1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보스턴을 상대로도 두 번 연속 당하지 않았다.
보스턴 설욕전에서 가장 돋보인 점은 풀카운트 승부다. 총 7번 중 6번을 범타(삼진 포함) 처리했다. 1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알렉스 버두고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뒤 상대한 리그 최고 거포 J.D 마르티네스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우익수 뜬공 처리했다. 결정구는 체인지업.
2회 선두 타자로 상대한 라파엘 데버스도 낮은 코스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첫 실점 위기였던 4회 1사 1·3루에서 다시 데버스와 붙었는데, 바깥쪽(좌타자 기준) 낮은 코스에 커브를 던져 내야 뜬공을 유도했다. 후속 크리스티안 바스케스도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에서 몸쪽 체인지업을 보여준 뒤 더 느린 커브를 구사해 좌익수 뜬공 처리했다.
유일한 출루는 4회 1사 2루에서 나온 젠더 보가츠에게 허용했다. 바깥쪽(우타자 기준) 낮은 코스 커브로 느린 땅볼을 유도했지만, 타구가 3-유간 깊숙이 향했다. 이 점을 감안해도 유격수 보 비셋이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놓치고 말았다. 7번의 풀카운트 승부에서 외야로 빠져나가는 안타는 없었다.
류현진은 5이닝 동안 4점을 내준 7일 오클랜드전에서도 풀카운트 6번 승부 중 5번을 범타 처리했다. 2회 말 1사 1루에서는 스티븐 피스코티를 상대로 9구 승부 끝에 병살타를 유도했다. 3회 연속 실점하며 위기에 놓였던 상황에서도 맷 채프먼과의 풀카운트 승부에서 커터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땅볼은 2개, 삼진은 3개였다.
양키스와의 개막전에서도 1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맞이한 양키스 애런 저지, 2회 선두 타자로 승부한 지안카를로 스탠튼 ‘거포‘ 듀오를 각각 삼진과 팝플라이 처리했다. 두 타자 모두 포심 패스트볼을 몸쪽(우타자 기준)에 붙이는 과감한 승부를 보여줬다.
등판 표본이 적기 때문에 류현진의 커리어, 이전 시즌 풀카운트 승부와 비교는 어렵다. 현재 리그 정상급 투수와 비교하면 류현진의 풀카운트 강세를 가늠할 수 있다.
전 동료이자 리그 대표 좌완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는 21일(한국시간) 현재 총 28번 풀카운트 승부에 나섰는데, 피안타율은 0.158(3개)에 불과하지만, 볼넷은 8개를 기록했다. 피출루율은 0.407다.
2020시즌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쉐인 비버(클리블랜드)는 총 23회 풀카운트 승부 중 피안타는 2개뿐이지만, 볼넷은 12개나 내줬다. 피출루율은 0.609. 2020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트레버 바우어(LA 다저스)는 34번 중 4피안타·6볼넷을 기록하며 피출루율 0.294를 기록했다. 삼진은 17개.
올 시즌, 8경기 이상 등판한 선발 투수 중 평균자책점 1위(1.58·21일 기준)를 기록한 브랜든 우드러프(밀워키)의 풀카운트 승부 피출루율은 0.471이다. 현재 1점대 평균자책점(8경기 등판 이상 기준)을 기록 중인 리그 투수 5명(우드러프·존 민스·트레버 로저스·케빈 가우스먼·다르빗슈 유) 중 류현진보다 풀카운트 피출루율이 낮은 투수는 없다. 대체로 피안타는 적었지만, 볼넷을 많이 내줬다.
물론 류현진보다 풀카운트 승부가 강한 투수도 많다. 자유계약선수(FA) 투수 최고 몸값을 받는 개릿 콜(뉴욕 양키스)은 총 35회 풀카운트 승부에서 피안타 3개, 볼넷 4개를 기록했다. 삼진은 19개. 피안타율(0.097)과 피출루율(0.200) 모두 정상급 투수다운 기록을 남겼다. 시즌 등판이 여섯 번인 리그 최고 투수 제이콥 디그롬은 풀카운트 승부 자체가 많지 않다. 총 10번 중 피안타가 1개뿐이다. 볼넷은 2개.
콜이나 디그롬은 구위로 타자를 제압하는 투수들이다. 류현진은 기교파로 볼 수 있다. 류현진은 타격 결과가 나온 풀카운트 승부 28번 중 포심 패스트볼 10개·체인지업 6개·커터 7개·커브 3개·투심 패스트볼 1개·슬라이더 1개를 결정구로 활용했다. 19일 보스턴전 구종 분포와 흡사하다. 정확한 제구력과 현란한 볼 배합, 특유의 강점을 투수가 불리한 상황(풀카운트)에서도 발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을만하다. 강한 멘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류현진이 다음에 어떤 공을 던질지 상대 타자뿐 아니라 벤치조차 알 수 없다"고 했다. 이러한 강점이 풀카운트에서 더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오히려 타자가 조바심을 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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