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지가 장충에 세운 철벽의 힘은 굉장했다.

GS칼텍스에게 3라운드는 강행군이었다. 모든 경기가 장충이 아닌 원정에서 진행됐다. 7연속 원정 경기를 치르며 힘든 일정을 보냈다. 그렇게 4라운드를 돌입했고, 9일 오랜만에 장충에서 팬들을 맞이했다.

8승 11패로 동률을 이룬 KGC인삼공사와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경기를 가졌다. GS칼텍스가 승점 26으로 KGC인삼공사보다 단 1점 많았다. 경기 승패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도 있는 상황, GS칼텍스에겐 ‘민트보스’ 한수지가 있었다.

1세트부터 높은 벽을 자랑했다. 1세트에만 블로킹 4개를 잡아냈고 그중 3개는 상대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등록명 엘리자벳)의 공격이었다.

‘엘리자벳 잡는 한수지’였다. 이날 경기에서만 8개를 잡아내며 개인 한 경기 최다 블로킹 점수를 갱신했고, 이 중 5개가 엘리자벳 공격이었다.

5세트 승부에서도 엘리자벳의 공격을 가로막으며 점수를 뒤집었고, GS칼텍스는 세트스코어 3-2(27-25, 24-26, 26-24, 13-25, 15-13)로 이겼다.

진땀승을 거둔 한수지는 경기 후 찾은 인터뷰실에서 “KGC인삼공사랑 만나기만 하면 힘들다. 랠리도 많이 된다”라고 털어놓으며 “대전에서 만났을 때 4세트에 잡지 못했다. 그 영상을 다시 돌려보면서 뭐가 잘못됐는지 생각을 많이 했다. 동작이랑 상대 공격 타이밍을 생각한 덕분에 잘 막을 수 있었다”라고 본인의 블로킹 비결에 대해 전했다.

기록으로도 드러났다. 한수지는 세트당 블로킹 0.788개를 잡아내며 현재 블로킹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승점도 치열한 만큼 개인 부문 싸움도 치열하더라. 가끔 들어가서 보는데 항상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었다”라며 웃었다.

2016-2017시즌 미들블로커로 포지션을 전향한 한수지는 중앙에 자리한 지 어느덧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직 선수는 자신에게 부족하다고 느꼈다. 한수지는 “아직 공격력이 떨어진다. 공격에서 욕심이 많은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라고 본인의 의지를 드러냈다.

‘민트보스’라는 별명에서 보여지듯 GS칼텍스에게 있어 한수지는 없어서 안 될 존재다. 차상현 감독 역시 “없어선 안 될 맏언니 역할을 해주고 있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선수 본인의 생각도 들어볼 수 있었다. “최근 몇 년간 성적이 좋았고 시즌에 앞서 코보컵도 잘 치렀기에 사기가 엄청 올라왔다. 하지만 시즌 들어오면서 패배가 많아지다 보니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어떤 걸 해도 잘 안되더라. 외식이나 간식을 먹으면서 분위기를 올리려고 해도 안 됐다. 하지만 이제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면서 전환점을 맞이하면서 분위기가 잡혔다. 더 좋은 결과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