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명승부 후 눈물 쏟은 전희철 감독, 통한의 석패에도 빛난 그의 시즌
출처:루키|20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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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패했지만 전희철 감독과 SK 선수단은 최선을 다했다.

서울 SK 나이츠는 7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97-100로 패했다.

정규리그, EASL, 플레이오프를 모두 포함해 총 70경기를 치른 SK의 다사다난했던 시즌이 마무리됐다. 시즌 초반 최하위로 추락하기도 했지만 최후의 두 팀이 남는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누구도 SK의 이번 시즌을 실패라고 말할 수 없다.

전희철 감독은 감독 데뷔 후 첫 두 시즌 동안 모두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은 감독이 됐다. 지난 시즌 긴 코치 생활을 마치고 SK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그는 철저한 분석, 적재적소에 나타나는 전술과 전략을 앞세워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준비된 젊은 지도자의 표본이었다.

나름대로 순탄했던 직전 시즌에 비해 이번 시즌은 결코 쉽지 않았다. 안영준의 입대에도 다른 핵심 자원은 대부분 건재했기에 상위권 후보로 분류됐던 SK. 시즌 초반 최준용을 비롯한 로테이션 자원들이 대거 부상으로 이탈하며 위기를 맞았다.

최준용의 복귀와 최성원의 전역 후 합류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지만 악재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팀의 반등을 주도한 최준용이 2월 중순 뒤꿈치 부상으로 다시 빠졌다. EASL 여파로 예년에 비해 더욱 빡빡해진 일정 또한 SK를 괴롭혔다.

그러나 전희철 감독과 SK 선수단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전 감독은 핵심 자원 최준용이 빠진 가운데 김선형-자밀 워니 원투펀치의 위력을 극대화하는 전술로 SK의 시즌 막판 상승세를 이끌었다. 최부경, 최성원, 허일영, 최원혁, 오재현 등 다른 선수들 또한 제 몫을 해냈다.

6라운드를 9전 전승으로 끝낸 SK는 플레이오프에서도 좀처럼 패배를 몰랐다. 6강에서 KCC를 꺾은 SK는 4강에서 만난 정규리그 2위 LG마저 3전 전승으로 격파하며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올랐다.

 

 

전 감독은 SK의 농구에 대해 ‘김선형과 워니의 몰빵 농구‘라고 칭하기도 했지만 선수들의 분업화가 철저하게 이뤄졌기에 가능했던 연승 행진이었다. 두 명에게만 무작정 의존하는 농구로는 절대 강팀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 코칭스태프의 작전 지시를 선수들이 잘 이행하며 조화를 이뤘기에 가능한 일이다.

매진 행진 속에 치러진 챔피언결정전은 KBL 역사에 남을 명승부였다. 치열한 공방 끝에 5차전 승리로 시리즈 리드를 가져온 SK는 6차전 3쿼터 막판 15점 차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우승 트로피가 눈앞까지 온 듯했다.

작전 타임을 부른 전 감독은 체력 부담이 있었던 김선형과 최성원, 허일영을 동시에 빼고 숨 고르기를 선택했다. 대신 코트를 밟는 선수들에게는 3쿼터 남은 1분 30여 초 동안 버텨달라는 주문을 내렸다. 4쿼터 막판을 바라본 경기 플랜과 챔피언결정전까지 쌓아온 선수들의 피로를 생각하면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SK의 주축 선수들이 쉬는 사이 KGC가 드롭존 수비를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분위기가 요동쳤다. 결국 넘어간 흐름을 다시 가져오지 못한 SK는 4쿼터 20점을 연달아 내주며 믿기 힘든 역전패를 당했다. 전 감독은 6차전 패배 후 "스스로에게 실망한 경기"라며 더 몰아치지 않았던 본인의 판단에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6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지 못한 SK는 7차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지만 한 끗 차이로 우승 트로피를 내주고 말았다. 6차전 통한의 역전패가 전 감독으로서는 생각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평소 인터뷰에서 기록적인 요소를 짚어가며 차분하게 질문에 답변을 남기는 편인 전 감독. 하지만 7차전 종료 후에는 달랐다. 본인의 실수로 시리즈를 패했다는 미안함에 감정이 북받친 전 감독은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6차전에 내가 너무나 큰 실수를 했다"며 인터뷰실에서 눈물을 쏟았다.

그러나 패배의 책임을 전 감독에게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는 이번 시즌 각종 악재와 빡빡한 일정을 만난 SK의 사령탑으로서 명장의 면모를 뽐냈다. 전 감독의 치밀한 분석과 지략, 카리스마가 없었다면 챔피언결정전의 명승부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그는 이제 막 두 번째 시즌을 끝낸 감독이다. 당장은 패배가 뼈아프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있어 큰 자양분이 될 수 있는 경험이다. 아쉬움의 눈물을 흘린 전 감독이 다음에는 마지막에 승리의 기쁨이 담긴 눈물을 쏟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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