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선출 향한 시선? 놀라게 할 자신 있다” 삼성에서 새로운 도전 나선 김태경 코치
- 출처:점프볼|202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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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며 자존심을 구긴 서울 삼성은 김효범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여기에 김보현, 최수현, 김태경 코치를 선임했다. 이중 김태경 코치는 낯선 이름이다. 선수경력이 없는 그는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미국 NCAA 곤자가대, 듀크대 여자농구팀 전력분석으로 커리어를 쌓았다. 한국 남·여 농구 대표팀 전력분석을 맡기도 했다. 미국에서 가치를 인정받은 김태경 코치는 삼성에서 지도자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모두에게 생소한 김태경 코치의 이야기를 담아봤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8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농구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어릴 때 아버지가 유학 생활을 하셨다. 주중에는 공부를 하시다가 주말이 되면 취미로 하신 게 농구였다. 마이클 조던 팬이셔서 시카고 불스 경기를 보러가기도 했다.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농구를 좋아하게 됐다. 그래서 어릴 때 농구 클럽에 다녔다. 선수를 꿈꿨던 건 아니다. 열정적인 취미로 농구를 즐겼다.
일리노이대 졸업 후 곤자가대와 인연이 닿았는데?
사실 심리학 전공으로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대학교 마지막 학기 때 농구 코치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내가 스포츠 매니지먼트 전공 학생이어서 코칭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다. 내 인생 최고의 수업이었다. 그래서 스포츠 쪽 일을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후 전국의 모든 대학에 이력서를 보내면서 연락을 돌렸다. 이 과정에서 제리 크라우스 감독님을 만났다. 크라우스 감독님이 나를 제자를 받아들이고 싶다고 하셨고, 곤자가대 조교로 합류하게 됐다.
곤자가대 여자농구팀 전력분석이 된 과정은?
대학원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2년 정도 있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남자 농구팀 훈련을 필기하면서 지켜봤다. 감독님이 좋은 말씀을 하시면 적어놓기도 했다. 크라우스 감독님과는 일주일에 2, 3번 만나서 교육을 받았다. 마침 곤자가대 여자농구팀 감독님이 나를 마음에 들어 하셨고, 석사 과정이 끝난 후 정식으로 전력분석이 됐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 2019년 FIBA 농구 월드컵에서는 남자농구 대표팀 전력분석을 맡기도 했다.
크라우스 감독님을 통해서 한국 대표팀과도 인연이 닿았다. 크라우스 감독님이 한국에서 FIBA 지도자 강습회 강연을 하셨고, 끝나고 대한민국농구협회 방열 회장님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하숙례 코치님도 계셨는데 방열 회장님께서 여자농구 대표팀 전력분석을 해보라고 권유해주셨다. 나는 당연히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여자농구 대표팀에 이어 남자농구 대표팀까지 하게 됐다.
한국은 전력분석 시스템이 열악한데?
말하기 조심스럽긴 하지만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 전력분석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없는 게 안타깝다. 실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배경 지식이 없다. 코칭스태프도 전력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 전력분석에 대해 배울 수 없는 환경이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곤자가대에서 2년을 지낸 후 듀크대 여자농구팀 전력분석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마침 이직을 알아보고 있었다. 좀 더 큰 곳으로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2019넌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전력분석을 하며 몇 군데 면접을 봤는데 잘 안 됐다. 이후에 듀크대에서 전력분석 자리가 났다며 갑작스럽게 연락이 왔고, 면접을 통해 들어가게 됐다. 카라 로슨 감독님이 나를 좋게 봐주셔서 전력분석 팀장까지 올라갔다.
전력분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유연성이다. 전력분석은 감독과 코치에 맞춰 유연성 있게 일하는 게 중요하다. 코치가 아니기 때문에 자존심을 내려놓고 감독, 코치님이 최대한 편하게 일을 할 수 있게 보좌를 해야 한다. 전력분석 프로그램을 다루는 건 어렵지 않다. 나는 영상을 정말 많이 봤고,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떻게 하면 빠르고 이해하기 쉽게 전력분석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삼성에서 어떻게 코치 제안을 했는지?
김효범 감독님과는 꽤 오랫동안 친분이 있었다. NBA G리그에 계실 때부터 연락을 주고받았다. 듀크대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또 한번 이직 생각을 했다. 코치가 하고 싶어서 도전을 했기 때문이다. 어디로 갈 수 있을지 알아보고 있었는데 김효범 감독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남자 프로팀 코치는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고민 없이 결정을 내렸다. 김효범 감독님의 존재가 가장 컸다. 감독님이 없었다면 한국에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팀에서 센터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는데?
내가 영어를 할 수 있고, 외국선수가 센터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맡게 된 것 같다. 확실한 방향성을 갖고 가르치려고 한다. 지금은 시즌을 위해 준비하는 단계다. 훈련을 통해서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 슈팅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전력분석과 코치는 분명 다르다.
전력분석 시절에는 스태프 대 선수였다면 지금은 코치 대 선수가 됐다. 아무래도 책임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듀크대에 있을 때도 가장 큰 약점이 작은 목소리였다.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그런데 목소리에 힘을 실어서 가르쳐야 된다는 걸 매번 느낀다. 좋은 경험을 통해 나 역시도 성장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지도자로서 겪고 있는 시행착오가 있다면?
급할 때 한국어 대신 영어가 나온다. 아무리 한국어로 잘 설명하려고 해도 선수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더라. 그리고 나도 모르게 급해진다. 전력분석 시절 코치님들을 보면서 왜 저렇게 급할까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코치가 되어 보니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선수들 멘탈 관리도 코치의 역할인데?
선수마다 성향이 달라서 맞춰주려고 한다. 어떤 선수한테는 내가 먼저 말을 걸고, 또 어떤 선수는 기다렸다가 이야기를 들어준다. 웬만하면 선수가 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다. 잘 들은 뒤에 피드백을 해준다. 개인 성향이 있기 때문에 맞춰주려고 노력해야 될 것 같다.
삼성이 3시즌 연속 최하위를 했기에 체질개선이 중요할 것 같다.
나는 항상 언더독에 있었다. 이번에도 언더독이라고 생각하고 삼성에 왔다. 내가 전력분석 시절 준비했던 걸 하나씩 보여준다면 놀라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은 있다. 감독님에 대한 신뢰도 크다. 마음속에 자신감은 갖고 있다. 오프시즌에 준비만 철저하게 한다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은 아직 비선출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이 있는데?
곤자가대에 가기 전부터 내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에서 동양인 비선출 남자는 최악의 조건이다. 때문에서 이미 많이 느껴서 무뎌졌다. 삼성에 올 때도 당연히 생각을 했기 때문에 덤덤하다. 다행히 선수들이 너무 잘 따라준다. 개인적으로 브랜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 온 것도 김효범 감독님의 존재가 큰 부분을 차지했지만 삼성이라는 팀이 갖고 있는 브랜드의 가치를 봤다. 당연히 힘든 점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고, 내 할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
지도자라는 꿈을 이뤘는데 다음 목표가 있다면?
첫 2, 3년은 이 팀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삼성에 왔으니 선수들한테 집중하는 게 먼저다. 좀 더 시간이 지난 뒤에 다음 목표를 정해도 늦지 않는다. 마음 한편으로는 미국에서 코치로 증명해보이고 싶다. 새로운 도전이 될 텐데 나중에 생각하려고 한다. 삼성에서 최선을 다해야 다음 도전도 가능할 거라고 본다.
BONUS ONE SHOT
“이름값보다 노력과 간절함이 더 중요하다”
삼성이 김태경 코치를 영입한 건 신선한 시도였다. 아직 국내에서는 비선출을 향한 좋지 않은 시선과 편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삼성은 김태경 코치의 능력을 높게 평가해 그를 선택했다.
김효범 감독은 점프볼 7월호 인터뷰에서 “사무국장님이 강하게 추천하셨다. 나도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한 사이인데 유능한 코치라고 말씀드렸다. 사실 나는 김태경 코치에게 미국에 더 있으라고 했다. 얼마 전 남자 대학팀 코치, NBA팀 전력분석 제의도 받았던 인물이다. 괜찮은 팀이 있다면 NBA로 가라고 했었다. 그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코치다”라고 김태경 코치를 평가했다.
삼성 최진영 사무국장은 “내가 소개를 했지만 코치를 선택한 건 감독이다. 이 정도 실력자라면 다른 팀에서 무조건 코치로 쓸 법 했는데 안 데려가더라. 김효범 감독과 이야기를 통해서 데려오게 됐다. 한국농구는 시스템이 과학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김태경 코치를 통해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이야기했다.
김태경 코치가 비선출이라면 김보현 코치와 최수현 코치는 비주류다. 선수 시절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그러나 삼성의 생각은 달랐다. 김보현 코치는 지난 두 시즌 동안 은희석 전 감독과 감독대행이었던 김효범 감독을 훌륭하게 보좌했다. 최수현 코치는 매니저, 전력분석을 거치며 지도자가 될 준비를 마쳤다.
김효범 감독은 “김보현 코치는 선수단과 나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잘했다. 나에게 평정심을 줬고, 주위에서 싫어하는 사람을 1명도 못 봤다. 농구에 대해 모르는 것도 아니다. 내가 경솔해지거나 교만해지지 않게 도와주는 코치다. 최수현 코치는 나보다 더 진지하다. 나 못지않게 꼼꼼하고 깔끔하다. 삼성에서 가장 기대되는 지도자란 느낌이 든다. 둘 다 좋아하는 동생들이지만, 팀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것이다. 좋아한다는 점 때문에 같이 가는 건 아니다. 그랬다면 더 친한 사람들을 데려왔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진영 사무국장은 “얼마나 간절함을 갖고 노력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름값은 그 다음이라고 생각한다. 실력이 있고, 인정을 받았다면 그 사람을 쓰는 게 맞다. 김보현 코치는 은희석 전 감독이 데려왔지만 코치로서 역량이 있고, 김효범 감독과도 합이 잘 맞는다. 최수현 코치 역시 전력분석을 하면서 팀에서 인정을 받았다. 무엇보다 김효범 감독이 원했기 때문에 김보현, 최수현, 김태경 코치를 선임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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