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들뜬 한화 어쩌나... 심상치 않은 류현진의 부진
- 출처:오마이뉴스|2024-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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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우리가 알던 ‘코리안 몬스터‘가 아니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류현진(한화 이글스)이 이번엔 ‘악몽의 5회‘를 겪으며 프로 데뷔 이후 한 경기 최다실점이라는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4월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4.1이닝 동안 81구를 던지며 9피안타 2볼넷 2탈삼진 9실점이라는 충격적인 부진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이날 키움전에서 KBO리그 복귀 첫 승과 개인 통산 99번째 승리를 노렸다. 마침 한화가 이날 경기 전까지 개막 10경기 만에 8승을 거두며 팀분위기가 매우 좋았고, 타선은 4회까지 4점을 먼저 뽑아주며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류현진은 4회까지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1이닝만 더 막으면 승리투수 조건을 무난하게 확정지을 듯이 보였다.
그런데 5회말에 접어들며 갑자기 상황이 달라졌다. 키움은 1사 1, 2루에서 김재현의 2타점 적시 2루타를 시작으로 이형종까지 무려 7명의 타자가 연속 안타를 작렬하며 류현진을 맹폭했다. 한화 벤치는 4-7로 역전 당한 1사 1, 3루에서 결국 류현진을 강판시키고 김서현을 투입했다. 류현진은 마운드를 내려가며 본인도 믿기 어려운 듯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구원투수 김서현은 안타 1개와 사사구 2개로 류현진이 남겨놓은 2명의 주자를 모두 들여보내면서 류현진의 자책점은 9점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실책으로 인한 실점 1점이 더해지며 점수차는 4-10까지 벌어졌다. 키움 타선은 한 이닝 만에 10점을 몰아치는 괴력을 선보였다.
한화는 7회 3점을 만회하며 추격에 나섰으나 더 이상 점수를 추가하지 못했고 오히려 8회에 1점을 더 내주며 결국 고배를 마셨다. 연승에 실패한 한화는 8승 3패로 KIA 타이거즈(8승 2패)에 선두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내려왔다. 꼴찌 후보로 꼽히던 키움은 개막 4연패 후 5연승 행진을 내달리며 5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류현진이 한 경기에서 9점을 내준 건 KBO리그 데뷔 후 처음이다. 종전 최다 기록은 메이저리그 진출전 한화 1기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2년 7월 18일 삼성 라이온즈전의 8실점이었다. 또한 올시즌 시즌 평균자책점은 3.72에서 단숨에 8.36으로 치솟았다. 류현진은 KBO리그 복귀 이후 올 시즌 세 경기째 승리를 챙기지 못 하고 2패만을 기록중이다.
난타 당한 류현진, 구위와 체력 흔들리나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모두가 당연히 에이스로 기대했던 류현진의 부진은 뭔가 심상치 않다. 류현진은 한화 1기 시절 KBO리그에서 통산 98승 52패 1세이브 1238탈삼진 평균자책점 2.80의 눈부신 성적을 거뒀고, 컨디션이 좋을 때는 타자들에게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존재였다.
그런데 11년 만에 돌아온 KBO리그에서 류현진이 불과 3경기 만에 16실점을 허용한 것은, 올해 프로야구 전체 투수들을 통틀어 최다실점이다. 순수 자책점만 놓고 봐도 13점으로 KT 웨스 벤자민(15점)에 이어 2위다. 그동안 이닝은 고작 14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치며 실점이 이닝보다 더 많다.
류현진은 KBO리그 복귀와 동시에 불명예스러운 기록들이 연이어 속출하고 있다. 지난 3월 23일 LG 트윈스와의 잠실 개막전에서 3.2이닝 5실점(2자책점)으로 첫 패전투수가 됐다. 특히 KBO리그 경기에서 탈삼진을 단 하나도 잡아내지 못한 것은 2007년 9월 삼성전 이후 무려 17년 만이었다.
두 번째 등판인 3월 29일 KT와의 홈 개막전에서는, 비록 노디시전이 되었지만 6이닝 2실점의 퀄리티스타트에 탈삼진도 9개를 뽑아내며 정상궤도로 돌아오는 듯했다. 심지어 키움전은 우천취소와 추가 휴식 등으로 무려 6일간의 휴식 만에 등판한 경기였다. 하지만 키움전에서 또다시 잘 던지다가 한 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 것은 LG전과 흡사했다.
구위와 체력이 정상이 아니다. 본래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정교한 제구력과 완급조절이 돋보이는 투수였고, 수준차가 있던 KBO리그 1기 시절에는 이닝이팅과 탈삼진 능력도 최정상급이었다. 그러나 37세가 된 현재의 류현진은 이제 KBO리그 타자들을 상대로도 압도할 정도의 구위라고 볼 수 없다.
류현진은 LG전에서 4회, 키움전에서 5회에 각각 크게 흔들렸다. 이전까지는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도 타순이 한두 바퀴 돌고 투구수가 50~60개를 넘어가는 시점부터 구속과 제구력이 눈에 띄게 무뎌지기 시작했다는 공통점은 체력 문제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류현진은 개막 LG전에서 직구 최고 구속 150km/h까지 기록했지만 이후로는 구속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키움전에서도 최고 구속은 145km/h에 그쳤고 평균 구속은 겨우 140km/h대 초반에 머물렀다. 경기 초반부터 주무기인 체인지업 등 거의 모든 구종이 높게 몰리는 등 제구도 예리하지 못하며 타자들이 쉽게 속지 않았다.
키움 타선이 5회 연속 안타로 류현진을 무너뜨리는 동안, 대부분의 타자들이 모두 1∼2구 안에 빠른 승부로 방망이를 휘둘렀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평소라면 정상적인 컨디션의 류현진을 상대로 이런 식의 섣부른 승부는 무모한 도박에 가까웠을 것이다. 하지만 류현진의 구위가 떨어졌다는 것을 간파한 키움 타자들에게, 이날 류현진의 밋밋한 공은 그저 눈에 쏙쏙 들어오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리고 류현진의 체력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런 상황은 다음 등판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
지난 5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던 한화는 모처럼 개막 이후 최고의 페이스를 보이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한화 상승세의 주역은 선발야구였다. 이미 류현진을 제외한 한화의 모든 선발투수들이 벌써 나란히 선발승을 챙긴 바 있다.
그런데 정작 팀은 잘나가고 있는 와중에 투수 전력의 가장 ‘상수‘로 신뢰했던 류현진이 오히려 찬물을 끼얹는 ‘변수‘가 되어버렸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단지 아직 승리가 없다는 것을 떠나서 선발진 중 가장 내용이 좋지 않은 것이 류현진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던 투수가 KBO리그에서 연이어 난타를 당하고 있다는 것은, 류현진에게 무려 8년 170억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던 한화로서는 걱정스러운 시그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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