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 인니에 졌다고요?” 선수가 아니라 협회의 퇴보
- 출처:데일리안|202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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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인도네시아에 졌다고요? 우리가 이렇게 못해요??”
축구를 챙겨보는 팬까지는 아니지만, 오래 전부터 한국축구의 위상을 잘 알고 있다는 타 종목 팬들의 반응이다.
이런 반응이 나올 만도 하다.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에 도전했던 한국 U-23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26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펼쳐진 ‘2024 U-23 아시안컵’ 8강에서 인도네시아와 연장까지 2-2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0-11로 졌다.
8강 진출이 확정된 가운데 치렀던 조별리그 한일전을 승리로 장식한 황선홍호의 예상 밖 경기 내용과 결과에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2024 파리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겸한 이번 대회에서는 3위 안에 들어야 본선으로 직행, 4위는 아프리카 기니와 대륙간 플레이오프(PO)를 거쳐 본선에 도전할 수 있다. 내심 우승까지 노렸던 황선홍호는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에 막혀 4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한국축구의 올림픽 출전 좌절은 1984 LA 올림픽 이후 40년만이다.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한 한국 축구팬들은 대한축구협회 공식 SNS에 성난 댓글을 쏟아냈다. 대부분 대한축구협회의 행정 실책을 지적하는 목소리다.
지난 2월에는 위르겐 클린스만이 지휘했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3 AFC 아시안컵’에서 64년 만의 우승을 노렸지만, 4강에서 요르단에 0-2 완패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이 너무 엉망이었다. 경기 전날 손흥민-이강인의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파장은 더 커졌다. 대회 전부터 ‘재택 근무’ 등으로 업무 방식에 대해 거센 질타를 들었던 클린스만 감독은 성적 부진과 선수단 관리 책임으로 지난 2월 경질됐다.
연이어 터진 참사를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만의 문제로 몰아갈 수 없다. 2022 FIFA 카타르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축구는 주장 손흥민을 중심으로 김민재, 이강인 등 정상급 유럽파들을 다수 보유, 장밋빛 미래를 꿈꾸게 했는데 그 열망은 대한축구협회(KFA)의 연이은 행정 실책으로 식어가고 있다.
선수들의 기량과 수준은 높아지고 있고, 그와 함께 축구팬들의 눈높이도 높아졌지만, 대한축구협회는 행정 능력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논란, 황선홍 감독의 A대표팀 일시 겸업 외에도 대표팀 안팎에서 각종 잡음이 발생할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비판의 화살은 당연히 정몽규 회장을 향했다. 정 회장은 2013년 실시된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당선, 지금까지 3연임 중이다. 아시안컵 유치 실패, 클린스만 감독 선임, 카타르 아시안컵 참패, 탁구 게이트 등 최대 위기를 겪으면서도 4연임을 노리고 있다.
국가대표 경험이 있는 FC서울 기성용은 “한국축구는 퇴보한 것이 아니다. 그랬다면 어떻게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등과 같은 선수들이 나오겠나. 조금 더 체계적인 계획과 발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축구계 내부에서도 공감하는 목소리가 많다.
프로구단 감독 출신의 축구계 관계자는 “한국축구 지도자들이나 선수들의 능력과 기량이 퇴보한 것이 아니라 대한축구협회의 행정이 퇴보했다. 체계적인 장기적 플랜을 세우고 그에 따라 우직하게 나아가야 한다”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축구인이 옆에 많아야 하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 그 아래서 어떻게 체계적인 플랜이 나올 수 있을까 생각하면 회의적이다”라고 말한다.
퇴보를 막고 다시 한국 축구의 발전 방향으로 바퀴를 돌리려면 지금의 체제로는 어려워 보인다. 축구인들에게나 축구팬들에게나 이미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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