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출될 줄 알았는데…" 다저스 우승 피날레, 마무리 자청한 1승 투수 대반전 'FA 잔류 의지'
- 출처:OSEN|2024-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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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순간을 확정한 투수는 워커 뷸러(30)였다. 불과 이틀 전 선발로 던진 투수가 9 마무리로 올라 피날레를 장식했다. 시즌 내내 부진해 방출까지 걱정한 투수의 대반전이었다.
뷸러는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브롱스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2024 월드시리즈 5차전에 7-6으로 앞선 9회 구원등판, 탈삼진 2개 포함 삼자범퇴로 깔끔히 막고 다저스의 4승1패 우승 순간을 확정했다. 데뷔 첫 세이브를 월드시리즈 우승 경기에서 따낸 것이다.
뷸러는 지난달 29일 월드시리즈 3차전 선발로 나서 5이닝 2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했다. 76개의 공을 던진 뒤 하루를 쉬고 5차전 불펜 대기를 자청했다. 팀을 위한 마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ESPN’을 비롯해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뷸러는 5차전 아침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에게 “오늘 불펜으로 나갈 수 있다”는 문자를 보냈다. 오후에 양키스타디움으로 향하는 구단 버스에서 브랜든 곰스 다저스 단장을 만나서도 “내가 필요하면 오늘 밤에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장에 와서도 뷸러는 “상황이 어지러워지면 나갈 준비를 하겠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실제 다저스 선발 잭 플래허티가 1⅓이닝 4실점으로 조기 강판되며 불펜을 일찍 가동한 다저스는 뷸러 카드를 고민했다. 5회 5-5 동점이 되자 뷸러는 웨이트룸으로 들어가 팔을 풀었고, 7회에 로버츠 감독에게 “등판할 수 있다”는 의사를 다시 전달했다.
불펜에 있던 투수 브렌트 허니웰 주니어가 갑작스런 뷸러 등장에 황당해했다. “대체 여기서 뭐하는 거냐?”고 묻자 뷸러는 “너희랑 놀려고 왔어”라고 말한 뒤 불펜 등판을 준비했다. 치열한 공방전 끝에 다저스가 7-6 리드를 잡은 채 9회말에 들어갔고, 뷸러가 마침내 불펜에서 나와 마운드로 향했다.
1점 차 상황이었지만 뷸러의 투구는 거침없었다. 첫 타자 앤서니 볼피를 3루 땅볼 처리한 뒤 오스틴 웰스와 알렉스 버두고를 연속 삼진 잡았다. 두 타자 모두 뷸러의 낙차 큰 너클 커브에 배트가 헛돌았다. 우승 확정 순간 뷸러는 방방 뛰면서 환호하지 않았다. 양팔을 벌려 여유로운 표정을 짓더니 마운드로 달려온 포수 윌 스미스와 점프를 하며 몸을 부닥쳤다.
우승 직후 ‘폭스스포츠’와 방송 인터뷰에서 뷸러는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2년의 공백, 두 번의 수술을 했는데…엄청난 일이다”며 “우리 팀은 우승 자격이 있다. 수년간 정말 좋은 야구를 해왔다. (코로나19 단축 시즌이었던) 2020년 우승에 대해 헛소리가 많은데 지금은 그런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이 두 번째 우승이다. 첫 우승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럽하우스에서 샴페인 파티로 기쁨을 만끽한 뷸러는 ‘스포츠넷LA’와 인터뷰에서 “이 팀에서 방출될 줄 알았다”며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2018년부터 다저스 주축 선발로 자리잡아 클레이튼 커쇼, 류현진을 제치고 가을야구 1선발을 맡았던 뷸러는 2022년 6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에 이어 8월에는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됐다. 재활을 하느라 2023년 시즌을 통째로 날렸고, 올해 5월 복귀했지만 부상 전 우리가 알던 투수가 아니었다.
올해 16경기(75⅓이닝) 1승6패 평균자책점 5.38 탈삼진 64개로 부진했다. 6월에 고관절 염증으로 한 달 넘게 공백을 갖는 등 부상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패스트볼 구위가 떨어졌고, 제구도 예전 같지 않았다. 방출을 걱정해도 할 말이 없는 성적이었다.
포스트시즌 첫 등판이었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도 5이닝 6실점 패전으로 무너졌지만 이후 3경기에서 10이닝 13탈삼진 무실점으로 반등했다. 뉴욕 메츠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 4이닝 3피안타 2볼넷 1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 발판을 마련했고, 월드시리즈 3차전 선발승과 5차전 세이브를 따냈다. 큰 경기에 강한 ‘빅게임 피처’ 면모를 재확인하며 부활 가능성을 알렸다.
뷸러는 월드시리즈를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다. 생애 첫 FA 자격을 앞두고 정규시즌은 망쳤지만 가을야구에서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다저스도 우승 공신 뷸러를 쉽게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2015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4순위로 다저스에 지명된 뒤 10년째 몸담고 있는 뷸러도 팀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크다. ‘LA타임스’에 따르면 뷸러는 “다저스 외에 다른 팀에는 속하고 싶지 않다.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다. 이 팀이 최고라고 생각한다”며 잔류 의사를 분명히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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